조교사는 가성비, 마주는 가심비?
조교사는 가성비, 마주는 가심비?
최근 소비트렌드 분석에서 가장 주효하게 쓰이는 용어가 바로 가성비와 가심비일 것이다. 모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이 용어들을 여행의 모토로 내세우며 가성비투어 가심비투어 등의 컨셉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할 정도다.
가성비(價性比)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로 소비자가 지급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를 나타낸다.
가성비에 마음 심(心)을 더한 의미로 쓰이는 가심비(價心比)는 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를 뜻하며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일컫는다. 가성비의 경우 가격이 싼 것을 고르는 경우가 많지만 가심비의 경우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한 것을 구매한다.
경주마경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싼 말이 잘 뛰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중저가의 말의 선전에 열광하기도 하는 것은 이러한 소비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싼 게 비지떡? NO! 가성비가 중요하다!
경주마거래시장에서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것은 현직의 조교사들이다. 물론 가격이 비싼 말을 마다할 이는 없다. 그들 역시 소비자 중 하나이기에 비싼 말은 그 말값을 한다는 정설에 공감은 한다. 그러나 이는 통계에 불과하다. 대체로 잘 뛰는 경우가 많지만 만에 하나 우리집에 온 말이 부상이라도 당해 제대로 경주를 소화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날엔 그 부담이 두배 세배가 된다. 경매에서의 말가격이 1억이 넘어가면서 생긴 현상 중 하나다. 이제는 경주마 관리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조교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대부분의 마방에서는 비싼 말은 금이야 옥이야 흠집이라도 날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한 마방에 고가의 말이 도입이 되는 것을 그 외의 말을 소유하고 있는 마주들도 덩달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윈윈효과가 나타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행여나 그 말로 인해 내 말의 관리가 소홀해질까 노심초사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직의 조교사들은 가성비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이는 자기 마방의 관리능력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즉 부상이나 하자가 있지 않는 한 입사한 경주마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기에 말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자신감의 발현인 것이다. 더불어 전체적인 수급균형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조교사의 업무이기에 다양한 마주층을 섭렵하기 위해서라도 중저가의 말들의 선택과 구매에 더욱 신경쓰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가심비가 중요하다!
한편 마주들은 가심비를 더욱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현재 한국의 마주들은 언제든지 1억 이상의 고가마를 구입할 능력이 있고 기회가 닿는다면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교사들이 저평가된 저가말을 추천할 때 고가말을 추천할 때보다 더 주저하는 마주가 많다. 좋은 체격조건과 혈통을 갖춘 말을 탐내는 것은 마주로서 당연하다는 가심비의 발현인 셈이다. 그럼에도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대체로 잘뛴다는 통계의 함정에 혹시 내가 빠질까 염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마주들의 경우는 대체로 중고가의 경주마를 선호한다.
최고의 가성비 경주마 당대불패
비와신세이키라는 당시엔 낯설었던 일본산 부마와 미국 클레이밍경주를 전전하던 모마 인디드마이디어와의 배합으로 태어난 ‘당대불패’는 두말할 필요없는 이시대의 명마 중 한 두다. 강력한 선행력과 뛰어난 폐활량으로 대통령배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고 32전 19승 중 대상경주 우승만 10회다. 어려서부터 구절이 좋지 않았기에 관련한 병력이 제법 있었음에도 경주마로서의 강한 투지와 근성으로 병력마저 극복해냈던 당대불패의 최초 도입가는 2천9백만원. 그가 4년남짓 경주마로 활약하면서 획득한 총 수득상금은 약 29억 9천만원으로 몸값의 약 103배를 벌어들였다. 모든 조교사와 마주들이 바라마지않는 가성비 끝판왕인 셈이다.
최고의 가심비 경주마 퀸즈블레이드

<출처: 한국마사회 보도자료, 2014년 코리안더비 우승당시>
2012년 10월 1세마 경매장에 잭팟이 터졌다. 경주마 2억 시대를, 그것도 1세마 경매에서 열게된 것. 주인공은 메니피와 하버링의 암말자마인 ‘퀸즈블레이드’였다. 술렁이던 경매장의 열기는 호불호 예측으로 들썩였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과 우리 경마상금 수준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입사 후 퀸즈블레이드는 데뷔전 우승 이후 8연속 입상 행진을 이어갔고 2014년 코리안더비(GⅠ)에서 암말로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코리안오크스(GⅡ) 우승과 이듬해인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GⅢ) 우승 등 17전 8승 2위 5회의 전적으로 자신의 레쥬메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녀가 벌어들인 총상금은 11억 7천여만원으로 자신 몸값의 4.5배를 벌어들였고 무엇보다 큰 병력도 없이 건강하게 2년 4개월여의 경주마 생활을 마감했다. 퀸즈블레이드는 현재 번식마로 올드패션드와의 자마를 2두 배출했고 첫 자마는 내년 2세마 경매를 준비 중에 있다.
가성비 VS 가심비, 당신의 선택은?
국내산경주마 구매시 4천만원의 경주마가 손익분기점을 넘는 시점은 국4등급 승급 이후다. 연승가도를 달려 빠르게 승급한 경우도 2세마경주 상금을 획득한 경우라면 충분히 가능할 시점이다. 조교사도, 마주도 가장 선호하는 경주마 구매가격대가 4~5천만원 선이라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안정적인 투자포인트인 셈이다. 이보다 비싼 말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상경주 도전을 위함이다. 어린 말들의 경매에서 말값이 고가라는 의미는 이미 체형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혈통이 좋다는 뜻으로 잔부상도 없이 성장했을 때 생산자들의 예가와 구매자들의 호가가 높아진다. 즉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2세마 대상경주를 노려볼 수 있고 또 경주마 생활을 짧게는 2년 길게 4년까지 보고 투자할 때 그만큼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말을 찾는 것이 모든 경주마구매자들의 궁극의 목표이지만 둘 중 하나를 선호하는 것은 역시 개인의 취향일 것이다. 오는 11월 27일 열리는 1세마 경매장의 선택은 가성비일지 가심비일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