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마장에 벤틀리가 떴다!
11월 30일(토) 제주 8경주에 벤틀리 몸값의 경주마가 데뷔전을 치렀다. 주인공은 ‘오라스타’(제,암,2세, 마주 강동화). 마사회에 공식적으로 기재된 최초도입가는 무력 5억원이다. 3번 게이트에서 출발한 ‘오라스타’는 초반 선행 자리 잡기에만 신경썼을 뿐 시종 큰 추진이나 독려없이 산책하듯 가볍게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그간 국내에서 경주마로 활동한 말 중 가장 비싼 말은 미국산 더러브렛인 ‘해야’로 도입가 309,446천원이었고 국내산말 중 최고가는 296,600천원의 ‘뉴레전드’다.

<출처 한국마사회, 11/30(토) 제주8경주, 오라스타 데뷔전 우승 장면>
왜 제주마가 5억원이나 할까
데뷔전 우승으로 벤틀리 ‘오라스타’가 벌어들인 상금은 6백만원 정도다. 1등급 우승 상금도 19백만원 정도라 5억원의 몸값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6승 이상의 1등급 우승이 있어야 한다는 산술계산이 나온다. 현재 제주마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쌓은 ‘한라명성’(제,거,13세)이 34승을 챙겼으니 ‘오라스타’가 앞으로 10년간 경주마로 활동한다면 불가능할 얘기는 아니겠지만 장담하기도 힘든 일임은 분명하다.
이전에도 제주마는 2,3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제주마의 혈통체계를 바로잡기 시작한지 불과 2~3년이기에 공식적인 루트로 확인할 수는 없어도 이는 실제 거래가격이었고 제주마경매장에서도 예가 1억원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더러브렛보다 비싼 제주마 가격의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한 유전력이 벤틀리를 탄생시킨 셈
경주마로서 전정사금(前程似錦)임을 직감했더라도 경주마, 그것도 조랑말에 벤틀리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그 이면에는 ‘암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1월호에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제주마의 유전체 분석 결과 지금까지 몽골마와 토종마의 교잡종으로 인식했던 제주마가 독립적으로 진화한 고유종임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연구논문은 최근에야 발표되었지만 이미 제주마 생산계에서는 제주마 혈통의 중요성을 몸소 체득해왔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자마들의 경주성적으로 검증된 씨암말은 3억원을 주고도 못산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돈다. 그만큼 확실한 유전력을 전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생산환류에 적확하게 반영되면서 그에 맞는 시장가격이 형성되었던 것이고 어느덧 벤틀리 가격의 경주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오라스타’의 모마 ‘디오니소스’는 ‘오라스타’까지 총 12두의 자마를 배출했다. 첫 자마였던 백호화랑이 11전 11승 무패신화를 기록한 이후 최근 제주마더비를 우승하며 13전 11승을 거둔 백호평정까지 자마들이 수준급으로 경주로에서 활약하면서 씨암말로서 입지를 굳힌 상태다. 그런 모마를 둔 ‘오라스타’ 역시 암말이기에 향후 씨암말로서의 활용까지 염두에 두면서 몸값이 치솟을 수 있었던 것이다.
더욱 치열해질 제주마의 생산환류, 다음엔 마이바흐?
2022년에는 천연기념물인 제주마 경주로 모든 경주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마사회의 시행계획으로 인해 이미 한라마 수요는 급격히 줄었고 상대적으로 제주마 시장은 더욱 커져갈 전망이다. 벤틀리 ‘오라스타’의 출현은 이런 제주마 시장의 격변을 미리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생산계는 혈통좋은 씨암말의 확보를 위해 분주하다. 유전력이 보장되는 씨암말이라면 앞으로는 마이바흐 경주마의 출현도 가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전체 시장 규모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의 형성은 생산자 독식, 마주 독식의 불균형을 낳을 수 있어 경마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과연 제주마의 혈통유전력이 얼마나 확실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 펼쳐질 제주마 경주들 분석이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