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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속에 뛰는 馬_레인메이커

M 마루트 0 1140 2020.02.20 18:01

RAINMAKER 레인메이커

 

 

글 민병욱(민우식마주 장남)

 

 

아메리칸 인디언 기우사는 단 한 번도 비 내리는 일에 실패한 적인 없다고 한다. 그들은 비가 내릴 때 까지 기우제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뭄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주술적 능력자를 가리켜 우리는 레인메이커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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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메이커 2005/03/05 갈색 마주 민우식 생산자 고경필

2007/07/11 ~ 2011/03/03 17(3/3/1/2/2) 수득상금 334,859,000원 승률 : 17.6 % 복승률 : 35.3 % 연승률 : 41.2 %


마주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마주는 생산목장을 가지고 자체 생산을 하는 이들을 마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예전에 목장자리로 땅을 구매해 놓았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만들까를 늘 고민하곤 했다.

  

좋은 말이란 무엇인가? 좋은 혈통, 좋은 지세(다리를 딛고 선 모양), 말의 체형, 사양관리, 초지 등 많은 변수(약20가지가 넘는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를 고려해야만 좋은 말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난감하던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책이 분기마다 발행되는 ‘말과 목장’이라는 정기 간행물이었다.

  

‘말과 목장’에는 분기별 경매마 가격부터 소유자, 씨수말 순위 그리고 어느 목장 말들이 좋은 성적을 냈는지 등의 좋은 자료들이 게재되어 있었다. 때문에 주의 깊게 보았고 그때 발견한 목장이 바로 성전목장이다. 좋은 목장, 강인한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벤치마킹할만한 목장을 많이 다니며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전목장을 자주 찾았다. 성전목장의 말들은 대체로 잘 뛰었고, 특별경주, 대상경주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그 당시 성전목장을 찾을 때마다 뵙던 한 부경마주님은 뭐든 배워야 한다며 아예 목장에 살다시피 하셨다. 대단한 분이시다. 후에는 그 목장을 인수하게 되시지만...

  

2006년 3월

부경마주가 된지 5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5마리의 마필을 가지고도 1승만을 했을 뿐이다. 3월 21일 제주경주마경매가 있어 겸사겸사 제주도로 내려갔다. 보통 한번 제주에 가면 길게는 3주 , 짧게는 1주 정도를 지낸다. 이를 위해 신서귀포에 자그마한 빌라도 한 채 장만했고, 자동차도 서울에서 가져다 놨다. 경매장에는 성전목장 출신인 ‘가문영광’, ‘자연주의’ 동생들이 있었지만 성적 좋은 후대말들은 이미 점찍어 놓은 분들이 많아 사기 힘들었고, 성전목장은 이중계약으로 인해 피해본 마주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말을 골라서 사기엔 어려워 보였다. 그렇지만 트리플크라운 사장과 어렵게 상장된 성전목장 말 중 부경의 ‘루나’를 배출한 부마 ‘컨셉트윈’ 자마를 골랐고, 직접 목장에서 구매한 트리플크라운목장의 ‘활력’이란 말이 있었기 때문에 난 성전목장과 트리플크라운 목장을 자주 오고갔었다. 그때 우연히 부산 14조 윤영귀조교사를 만났는데 윤조교사는 ‘광열한’이란 말을 관리해 주고 있었다. ‘광열한’은 1착은 못 왔지만 지속적으로 착순에 들면서 적자를 면하게 해준 고마운 말이었고, 윤조교사에게도 고마웠기에 혹시 구매할만한 말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때 윤조교사가 한 마리 봐둔 것이 있다면서 보여준 마필이 바로 ‘레인메이커’이다.

  

처음 봤을 때 1세마라고 하기엔 2세마에 가까운 큰 말이었다. 6개월령 때 트리플크라운목장에서 육성하기 위해 몇 마리 구매했던 말이고, 부마인 ‘리비어’ 의 자마들이 서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에 괜찮은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자마내역을 확인해 보니 범방동(국2암)과 쟁쟁한(국4암)이 모두 부산에서 뛰고 있었다. 자마성적은 기대치보다 낮았지만, 레인메이커의 체격은 이미 2세마에 가까운 말이었기에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 당시 마필가격은 암말이 2000~2500만원, 수말이 2500~3000만원 수준이었기에 레인메이커도 3000만원대이길 기대했었다.

  

하지만 트리플크라운 사장은 이미 레인메이커는 서울과 부경 조교사들이 눈독들이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가격을 4000만원으로 못 박아둔 상태였다. 윤조교사는 트리플크라운과는 첫 구매계약이니 깎아 3500만원에 구매하길 희망했지만, 기분 좋게 사서 4000만원 보다 더 많은 상금을 벌면 된다 싶어 오히려 윤조교사를 설득했다. 그렇게 레인메이커 마필구매는 정해졌다.

  

레인메이커는 500kg이 넘는 거구였기에 훈련에 공을 들여야 했다. 큰 몸은 넓은 보복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신의 몸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발은 질병에 걸리기 쉬웠기 때문에 조교를 천천히 진행해야 했다. 4개월간의 조교를 마치고 경주마의 첫걸음인 주행심사를 치렀지만 1:08.3로 주행검사에 떨어지게 된다. 그때 레인메이커의 무게는 550Kg였다. 아무래도 몸무게가 문제라고 판단되어 30kg을 줄여 520kg으로 다음 달 주행심사에 참가했고 예상대로 1:03.9로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다.

  

드디어 2007년 11월 첫 데뷔전. 레인메이커는 2위에 그쳤지만 처음치곤 괜찮은 성적이다. 2번째 경주는 한 달 후인 12월, 다시 1000M에서 2위다. 몸집이 크다보니 작은 말들에 비해 발주기를 신속하게 빠져나오기엔 무리가 있었고 직선에서 추입을 시작해도 거리가 너무 짧은 것이 문제였다. 3번째 경주, 2008년 새해경주엔 6마리만이 출전한 덕에 레인메이커는 첫 우승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타임이었다. 1200M에 1:18.6의 기록은 너무 늦은 기록이었다. 4번째 경주, ‘08년 2월 1200M에서는 반마신차로 아깝게 2위를 했다. 타임은 1:16.6 한달전보다 2초나 단축한 기록이라서 나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8년 서울‧부경 교류경주가 생겼고, 그 첫 경주 KRA컵 마일(GⅢ) 국1 1600m 경주가 4월 6일(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렸다. 2007년 서울의 제이에스홀드가 코리안더비(GI), 농림부장관배(GII), 뚝섬배(GIII) 우승을 차지하면서 삼관마 타이틀을 가졌지만, 올해부터는 서울과 부경의 교류경주로 펼쳐지기 때문에 진정한 삼관마는 올해부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레인메이커는 4번의 경주를 통해 1착 1회, 2착 3회로 KRA컵을 참가하기엔 성적이 모자랐고 1번 더 우승을 해야만 출전이 가능했다. 그래서 4번째 경주를 한지 3주 만에 출전했고 다행히 추입으로 1승을 더해 5전 2승 3회 2착으로 KRA컵에 출전권을 따 냈다. 그리고 마필체중을 신경 써서 관리한 덕에 말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드디어 2008년 4월 6일 날씨 맑음, KRA컵 대회 당일날이다. 서울경마장에서 5두, 부경경마장에서 9두 총 14두가 경주에 출주를 했다. 착순권에 들지 않을까 내심 기대는 했지만, 의외로 마권이 단승 3.4로 1등, 연승 1.3로 1등으로 팔렸다. 누구보다 정확한 경마팬들이 레인메이커를 강하게 봐주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정말 레인메이커가 1착으로 올 것만 같았다.

  

오후 3시 50분 마권발매 마감과 함께 말들이 속속 발주기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이다. 레인메이커는 6번. 서울 이종구 조교사의 ‘대장군’과 암말이지만 무서운 상승세인 부경 김상석조교사의 ‘절호찬스’가 레인메이커의 상대마가 될 듯했다.

  

발주기 문이 열렸다. 선행이 좋은 절호찬스와 서울원정마인 해머펀치가 레이스를 리드하고 레인메이커는 14마리 중 뒤에서 두 번째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1600M 경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로 직선주로에 진입할 때 1등과 25M 이상 벌어지면 부담이 되는 거리였다. 3코너를 지났지만 여전히 선두그룹의 절호찬스와 해머펀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다툼이 치열했고,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던 후미권의 레인메이커가 코너 바깥쪽으로 돌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4코너를 돌면서 어느새 13번째에서 있던 레인메이커는 직선주로에 들어서자 주로 안쪽에 붙어서 2등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 절호찬스는 2등마와 약 10마신차로 앞서고 있었는데 해머펀치와의 선행싸움에 지쳤는지 오히려 바깥쪽으로 약간 사행을 했고,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레인메이커의 안선호기수는 무서운 기세로 폭풍 추입하여 결승선 200M를 남겨둔 시점에서는 단독 선행으로 달렸다. "6번(레인메이커) 11번(개선장군) 12번(절호찬스)타임아웃" 이란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고 안선호기수가 손을 번쩍 치켜드는 멋진 세레머니가 이어졌다. 기적 같은 추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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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컵 마일경주를 우승하다니! 그것도 사상 첫 서울‧부경 교류경주에서!

모두가 고맙고, 고생한 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봐도 무결점레이스였다고 생각한다. 그날 14조 마방식구, 윤영귀조교사, 안선호기수 그리고 서울에서 레인메이커를 응원하러 온 가족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로 회식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2008년 5월 18일 비 9경주 서울 1800M 코리안더비.

6마리의 부경 말들이 서울 원정길에 올랐다. 3관마의 2번째 관문이며, 최고의 말을 가리는 GI경주인 코리안더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레인메이커는 2주전에 서울로 올라와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아쉬운 건 부산기수들이 기수협회와 시행처 등의 문제로 원정이 어려워지면서 안선호 기수가 레인메이커에 기승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대신 서울은 문세영기수가 대세라며 레인메이커에 문세영 기수가 기승하기로 약속되었다고 하였다. 문세영기수 성적은 최고지만, 레인메이커는 추입마라 경험 많은 박태종기수가 탔으면 했지만 경주결과에 미칠까 이를 조교사에게 말할 순 없었다. 그래서 작은 소리로 "추입마인데 경험 많은 사람이 낫지 않아?" 라고 했지만 윤조교사의 믿음에는 변화가 없었다.

 

  

서울에서 레인메이커의 새벽훈련는 대부분 윤조교사가 맡았다. 옛날에 서울에서 말 타던 생각이 난다더니 훈련을 즐기는 사람 같아 보였다. 코리안더비를 몇일 남겨두고 문세영 기수가 레인메이커에 기승을 해본다. 역시 엄지를 치켜올려 말이 좋다고 평가한다. 좀 더 많은 시간을 문세영기수가 레인메이커와 호흡을 맞춰보길 바랐지만 마지막 점검을 다시 조교사가 하고 있다. 5월 18일 아침부터 비가 온다. 비가 많이 내리면 경주에 변수가 발생하고 혼전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예측이 불가하다. 11번 발주기에 진입한 레인메이커는 KRA컵에 이어 코리안더비에서도 단승 2.5 연승 1.4로 일등으로 팔렸다. 오후 5시가 다되어가는데 이젠 비가 소나기처럼 퍼 붓는다. 이제 약 10분후면 코리안더비의 주인공이 탄생한다. 말들이 발주기에 들어가고 있지만, 폭우로 인해 에버니스톰이 발주기 진입을 거부하면서 레이스가 지연되고 있다. 5분 늦게 시작된 레이스 이번에도 레인메이커는 뒤에서 3번째이다. 서울은 부산보다 직선이 약 50M 짧기 때문에 레인메이커가 직선주로에 진입했을 때 몇 등으로 들어오느냐가 중요했고, 억센 폭우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가 걱정이었다.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삼십년사랑’ 말 혼자 뛰는 것 같았다. 거의 1400M를 독주하며 4코너를 돌았다. 서서히 레인메이커가 추입을 위해 주로 바깥쪽으로 나오면서 중간에 자리 잡은 9번 천년불패 사이로 진입하려다 막히며 추입이 한걸음 죽게 된다. 드디어 직선주로 진입이다. 300M지점에서 채찍을 한대 치니 안쪽으로 붙으면서 5등으로 달린다. 결승선까지 200M 남겨두고 오른쪽으로 채찍을 대니 레인메이커가 주로 왼쪽으로 붙는 것 같아서인지 문세영기수는 채찍을 왼손으로 옮겨 레인메이커의 왼쪽 엉덩이를 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발걸음이 오히려 죽는다. 몇 차례 더 쳐 보지만 에버니스톰은 이미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한다. 그 뒤를 따라 개선장군이 2착을 차지한다. 레인메이커는 8착을 했다. 도와주지 않는 하늘을 원만하여 하염없는 폭우가 내리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 승부는 결정되었고 다만 레인메이커가 폭우 속에서 다치지나 않았을까 염려가 되어 바로 마방으로 뛰어갔다. 모두가 아쉬워했다. 어쩔 수 없는 결과에 삼관마 탄생의 꿈은 내년으로 미뤄야 했다.

 

 

그리고 2008년 10월 12일 9경주 서울 2000M 농림부장관배

두 번째 서울원정이다. 더비 이후 부진한 성적으로 인기순위도 많이 떨어졌지만 부산 최고용병 우찌다의 기승으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역시 강했다. 개선장군, 절호찬스, 남촌파티에 이은 선전한 4착이었다. 경주후 파행을 보여 마체검사를 한 결과 왼쪽앞다리 제3중수골원위단이단성골연골염이란 질병으로 출주정지 3개월,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여 2010년 9월 17일 경주를 마지막으로 경주마로는 은퇴를 했고 씨수말로 전향했다. 언젠가 레인메이커의 자마들이 경주마로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내 작은 소망이었지만 그 꿈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편집자주: 레인메이커는 2014년 용도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 승용마로 전환되었고, 2019년 1월 폐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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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레인메이커가 활동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셨던 윤주혁조교사와 마방식구들 그리고 안선호 전기수, 대한목장 정병철 사장님, 문수열님, 이시돌목장 리처드 사장님, 민은미님, 한남목장 오창훈님, 윤천보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지금도 레인메이커가 경주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에겐 영원히 기억될 행복한 추억이다. 그리고 바람이 있다면 많은 경마팬들이 레인메이커를 오랫동안 기억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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