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2019 리딩사이어
리딩사이어(leading sire)는 해당 연도 최고의 씨수말을 뜻한다. 씨수말의 자마들이 경주에서 획득한 상금을 집계하여 선정하며, 데뷔년차에 따라 1년차(first-crop sire) 2년차(second-crop sire) 3년차(third-crop sire) 씨수말의 순위도 집계하고 있다. 2019년 한국에서 활동한 씨수말은 총 388두이고 그 중 메니피의 자마들이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이며 2019년 리딩사이어는 메니피로 선정됐다.
하늘로 간 메니피의 아성은 당분간 지속될 듯
올 한해 경마계를 휩쓴 사건 중 하나는 메니피의 폐사다. 2007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2012년부터 무려 6년간 리딩사이어로 군림했던 메니피였다. 지난해 엑톤파크에게 밀리며 2위로 물러앉았던 메니피는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며 명실공히 한 시대를 풍미한 리딩사이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올해까지 교배를 실시했기에 메니피의 마지막 자마는 2021년에 데뷔할 것이고 그의 이름은 적어도 향후 3~4년간은 계속 회자될 전망이다.
빠르게 시장장악한 한센
2위를 차지한 한센의 시장장악력이 두드러진 2019년이기도 했다. 2016년 데뷔한 이후 지난해 데뷔 2년차 씨수말 1위를 차지했던 한센은 올해 메니피의 아성을 위협하며 8억원의 격차로 리딩사이어 2위를 랭크했다. 한센의 인기는 단지 눈에 띄는 모색(회색) 때문만은 아니었다. 크지 않은 마체임에도 뛰려는 근성이 좋은 유전력을 물려주고 있는 덕분에 한센은 조숙형의 자마들을 많이 배출했고 빠르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씨수말 데뷔 초만해도 자마들의 체구 역시 크지 않았지만 배합의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면서 이제는 한센 자마는 작다는 인식도 많이 수그러든 상태다. 여전히 한센 자마들의 장거리 능력은 검증단계에 있지만 이 역시 점차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 또한 생산계의 배합력 덕분에 가능해질 것이다.
이제는 민간 씨수말이 대세다!
3위는 엑톤파크, 4위는 컬러즈플라잉으로 민간씨수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7위에 테스타마타 8위 사이먼퓨어 9위 선더모카신 등도 리딩사이어 10위권에 랭크되면서 마사회 중심의 씨수말 시장에서 민간 주도 시장으로 점차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데뷔씨수말 순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19년 데뷔 1년차 씨수말 1위는 올드패션드(이광림 생산자)다. 자마 총수득상금은 11억여원으로 그간 데뷔씨수말들이 억대의 수득상금을 획득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생산계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성적표다. 2위는 머스킷맨으로 수득상금은 5억7천여만원, 3위의 경부대로가 2억5천여만원 등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민간목장 씨수말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데뷔2년차 씨수말 순위 역시 같은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티즈원더풀(마사회)이 코리안더비 우승마 ‘원더풀플라이’ 덕에 1위에 랭크되어 있지만 2위를 차지한 페더럴리스트(금악목장, 대표자마 명품축제)와 3위의 클리어어템프트(이광림 생산자, 대표자마 클리어검) 등의 맹추격을 허용한 수준이다.
케이탑과 라이언메탈 등 생산환류된 씨수말들도 억대의 수득상금을 기록하면서 선전 중인 것 또한 눈에 띈다. 여기에 데뷔3년차씨수말 5위에 랭크된 지금이순간(금악목장, 대표자마 심장의고동)까지 가세하면서 수입외산씨수말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리딩사이어, 상향평준으로 평가받아야할 시점
2019년은 생산시장에서는 하나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3~4년전부터 시작된 생산계의 변화의 바람이 시장의 평가를 받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신규씨수말들의 자마들의 성적표는 “우수”였다. 그러나 변화의 바람이 광풍으로 몰려들면서 포스트메니피의 대안으로 우뚝 선 씨수말이 없다는 점을 생산시장은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두드러지지 않았기에 여전히 검증단계가 지속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경주마거래시장에서는 신규씨수말들의 대거 등장으로 구매자들의 혼란도 가중되었고 그로 인해 거래가격은 하향평준화되며 10년전 거래가격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은 생산자들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실제 성적표를 받아든 구매자들 입장에서는 이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내려줘야 한다. 더 이상 메니피는 없다. 거리검증이 필요한 한센마저 이미 상투잡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에겐 차세대 리딩사이어를 노리는 대안들이 그 여느해보다 많아졌다. 이제는 경주마거래시장의 상향평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5천만원의 마지노선이 최저가로 형성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구매자들의 인식변화로 생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2020년을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