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리고 싶을 뿐이다 _킹스랜딩
목장의 겨울은 언제나 분주하다. 새로운 탄생을 위한 배합을 연구하느라 머릿속도 복잡할 시기이고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는 어린 말들의 전기육성훈련을 소화해야 하기에 쌀쌀한 새벽부터 쉴 틈이 없다.
목장에서의 방목훈련은 그 목장내에 있는 말들이 대부분 출동한다. 무리지어 뛰는 말들의 습성을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어린말들의 정서적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다. 갇혀있는 생활을 하던 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렇게 방목장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말들을 관찰하다보면 눈에 쏙 들어오는 뜀박질을 보여주는 말들이 종종 있다.
킹스랜딩. 지난 4월에 붙여진 그녀의 이름이다. 그녀도 그랬다. 방목장이 좁아보일만큼 스피디한 뜀박질로 무리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앞서가던 수말 무리들을 따라잡으려 뛰는 모습과 끝내는 그들보다 좋은 스피드를 보였기에 처음에는 암말이라는 얘기를 믿지 않았을 정도다.
킹스랜딩은 2018년 10월 1세마경매에 선을 보인 후 경매에서의 낙찰은 받지 못했지만 곧장 거래가 이뤄지며 순탄하게 경주마로서의 성장과정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단계는 육성훈련. 2018년 11월 킹스랜딩은 장수목장의 박승호 조련사로부터 경주마입사를 위한 기초훈련과정에 돌입했다. 박승호씨는 올드패션드부터 페더럴리스트까지 낯선 신규씨수말들의 자마들을 육성조련을 통해 경주로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키기로 유명한 조련사다. 킹스랜딩을 담당했던 박조련사는 “정말 암말답지 않은 스피드였다. 아직은 어려서 큰 키에 비해 체중이 덜 나가는 편이다. 보통 이런 말들이 파워에서 밀리곤 하는데 이 말은 힘에서 밀리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뛰었다. 오히려 계속 뛰고 싶어하는 것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며 육성훈련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그녀의 성격이 문제였을까. 결국 문제가 생겼다.
2019년 4월 육성훈련을 합격한 후 부경의 7조 김병학 조교사 마방에 입사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데뷔를 앞두고 경주로 훈련을 시행하던 중 골편골절 판정을 받았다. 마방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터에 생긴 일이라 마주와 마방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미래를 기약하며 수술과 휴양의 과정을 거쳐야했다.
2019년 10월 긴 휴양을 끝내고 마방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3조 오문식 조교사의 관리 하에 있다. 마방이적 후 곧장 경주로 적응훈련에 돌입했고 한달여의 훈련 끝에 주행심사를 치렀다. 결과는 합격, 기록은 1:04.5로 호기록은 아니었지만 상위등급 재검마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방목장이 좁다는 듯이 누볐던 그녀, 킹스랜딩이 이제 경주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뛰고자 했던 투지를 받혀주지 못했던 그녀의 다리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이미 3세.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혈통이기에 그녀의 2세 시절을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지금부터다. 경주를 치를수록 나아질 킹스랜딩이기에 넓은 경주로에서의 활기찬 뜀박질을 므흣하게,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