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역사는 흐른다(1)_2021년 상반기 서울경마 결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기약없이 헤매고 있는 코로나19상황에 대해 누군가는 희망을, 누군가는 절망을 얘기하고 있어도 우리 삶의 터전은 꾸역꾸역 돌아가고 있다.
마사회와 농림부가 여전히 말산업을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처럼 취급하고 있어도 경마와 말산업도 헐떡헐떡 숨만 쉬며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축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말산업은 안정성과 지속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인 온라인발매입법은 앞장서서 도입해야 마땅할 정부부처에서 끈질기게 반대하고 있어, 대의민주주의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정부와 공기업의 행태가 결국 세계 10위내로의 도약을 꿈꿨던 산업과 산업종사자 2만 3천명의 꿈을 산산조각내면서 허무하게 흘러갔던 2021년의 상반기였다. 그래도 쳇바퀴는 굴러갔고, 새로운 기록과 세계적 수준의 혈통을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 경마의 지표들은 조금씩이나마 나오고 있어, 창출자들의 노력에 새삼 감사함을 전하게 된다.
치열한 혈통전쟁-리딩사이어 부문
상생경마라는 미명하에 큰대회도 없이 정상경마의 50% 남짓한 수준의 상금만으로 펼쳐진 2021년 상반기이다보니 변별력이 크지 않았다. 출전자마가 많은 씨수말의 우위가 당연할 수 밖에 없기에 서울의 상반기 리딩사이어 순위 1위는 80두의 출전자마를 앞세운 한센이었다. 더불어 한센은 암말자마부문에서 박빙속 1위를 차지했고, 특히 올해 가장 많은 치러진 1200M에서 2위를 차지한 메니피 자마의 수득상금의 1.57배 이상의 수득상금을 거둬들이는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며 1위를 차지해 한센 특유의 기량을 후대에 잘 물려주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자마출전두수로는 애니기븐새터데이와 함께 65두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니피의 우세도 여전했다.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위등급 자마가 많고 수득상금 기준 2위에 랭크됐다. 또한 2세마 경주편성이 원활히 이뤄지지않을만큼 2세마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미 5두의 자마를 데뷔시켜 메니피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8년부터 국내산자마를 배출하고 있는 올드패션드가 리딩사이어 3위 및 3세자마부문에서도 3위를 차지하면서 궁색한 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민간씨수말 1호로 등극했다. 특히 수말자마들의 선전이 메니피, 피스룰즈 등과 박빙수준으로 경쟁하고 있어 하반기에 있을 대상경주에서 판도가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하반기(10~12월)에 시행예정된 삼관경주를 앞두고 3세마들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되고 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3세자마 부분의 랭킹1위는 카우보이칼로, 2020년에 첫 번째 국내산 자마를 배출한 신예임에도 수말자마들의 우세와 경주거리 전체에서 고르게 성적을 내주는 전천후 유전력에 힘입어 빠르게 시장장악력을 발휘하고 있다. 3세마 부분 2위의 테이크차지인디의 경우 이말의 자마 한두쯤은 갖고 있어야 트렌드를 읽는 마주라는 이야기가 돌만큼 한국주로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지만 이미 19년 은퇴해 올해 2세마가 마지막 국산자마군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3위는 올드패션드, 4위는 한센이었고 5위를 랭크한 콜로넬존은 2020년 데뷔씨수말로서 생산자협회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2세마 특별경주를 비롯해 2세마한정경주가 집중 편성되는 하반기에는 21년 데뷔 씨수말들의 선전이 두드러질지도 주목해봐야한다. 상반기에는 랭킹 3위 지롤라모가 눈에 띄는데, 2021년 데뷔 2세마 중 가장 먼저 우승을 차지한 컴플리트밸류(장세준 마주, 박재우 조교사)의 2연승이 부각된 탓이기도 하다.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않은 신규씨수말들은 마사회의 빅스와 경주마생산자협회의 투아너앤드서브, 녹원목장의 제이피스거스토, 스카이팜의 에치드(21년 폐사) 등이 있다.
<출처: 마사회보도자료>
경마창출자들의 연이은 기록 경신
지난해부터 주춤거리며 이어져왔던 경마시행 탓인지 올해 상반기에는 유달리 많은 기록들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희소식을 알린 주인공은 6조의 수장 홍대유 조교사. 지난 2월 21일 5경주 그레이스퀸의 우승으로 300승을 달성했다. 뒤이어 3월28일 마지막 경주였던 15경주에서는 4조 박윤규 조교사가 행복왕자로 역시 300승을 달성했다.
25조 전승규 조교사는 4월 17일 데뷔전이었던 스마트오피서로 100승을, 16조 최봉주 조교사는 4월18일 천총으로 200승을 달성하며 길었던 아홉수의 고리를 끊은바 있다. 50조 박재우 조교사는 5월 16일 문학킹으로 400승을 달성했다. 7월에 들어서는 5조 우창구 조교사가 4일 금로열로 300승을, 31조 강환민 조교사가 11일 장산미사일로 100승을 각각 달성하면서 상반기 기록행진을 이어나갔다.
한편, 48조에서 반백년 터를 일궈왔던 김대근 조교사는 정년퇴임을 했고 그 빈 자리는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이준철 기수가 조교사로 새로운 변신을 했다. 휴장을 앞둔 마지막 주, 이준철 조교사는 블루키톤으로 8전만에 첫승을 신고하면서 상반기를 화려하게 마무리한 바 있다.
8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에는 당초 예정된 대상경주와 국산마 특화경주 등의 시행에 귀추가 주목된다. 코로나19 4차대유행으로 인한 수도권 재입장 불발 및 비수도권의 입장제한강화까지 연이은 악재가 매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온라인발매입법은 무산된채 통과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기존의 경마시행마저 위협받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말산업의 근간은 축산업이라는 점을, 그렇기에 안정성과 지속성 속에 발전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시행체와 감독부처가 꼭 새겨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