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낙찰총액, 11월 경주마경매...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사상최대낙찰총액,
11월 경주마경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난 11월 23일(화) 제주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이하 ‘생협’) 경매장에서 열린 1세마 경주마 경매에서 경매사상 최대 낙찰액이 기록됐다. 2009년 11월, 생협 주관으로 경주마경매가 열린 이래 12년만에 이룬 쾌거다.
이번 2차 이어링세일에 앞두고 생산시장의 반응은 뜨듯미지근했다. 위드코로나와 함께 수도권관중입장이 시작되면서 조만간 경마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반과, 여전히 폭증 중인 코로나19 확진자수에 언제 또다시 문이 닫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지난 10월에 팔릴만한 말들이 제값을 받지 못한 상황에 대한 우려 반이었다. 이미 10월에도 낙찰률 35.4%를 기록하면서 그동안 경주마를 구매하지 못했던 마주들의 소유욕 또한 어느정도 해갈된 상태였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을 신호탄은 구매신청자 수였다. 지난 10월 77명이었던 구매신청자는 이번 11월에 97명으로 20명가량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낙찰총액을 보였던 2017년 3월 경매의 100명에 근접한 신청자 수다. 구매의사를 가진 참가자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경매 진행 내내 호가행진 또한 멈추지 않았다. 그결과는 167두 상장에 79두 낙찰, 낙찰률 47.3%로 나타났고, 총낙찰액은 38억 400만원으로, 이전 기록이었던 34억 7,200만원(2017년 3월 1차 2세마경매,생협주관)을 10%정도 웃도는 성과다. 최고가 낙찰마는 카우보이칼과 스마티비곤의 수말 자마로, 최종 1억6,200만원에 낙찰됐다.
경주마경매는 말산업의 시작과 끝, 선순환의 신호탄인가?
예상치 못한 경매호황에 환영과 염려의 시선도 교차했다.
1세마 경매이기에 이번에 낙찰받은 말들이 경주로에 선보이는 것은 빨라야 내년 5월경이다. 6개월 이상의 관리비와 그사이 발생하는 불상사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면서 1세마경매에 참가하는 이유는 ‘좋은 말의 선점’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통상 최대낙찰액이 나오는 경매는 그해 첫 번째 경매이기 마련. 이번 경매가 2차경매였음을 고려할 때, 50% 이상의 관중입장이 시작되면서 경마산업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점과 4/4분기 경마상금이 100%까지 인상된 점, 내년도 상금도 7~80%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 등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신규마주들의 본격적인 시장진출도 한 몫했다. 최근 한국마사회는 더러브렛마주 등록 신청을 수시모집으로 전환하면서 신청자격 또한 ▲한국마사회법 및 관련 규정상 제한 대상자가 아니어야 함 ▲경제적으로 경주마 구입과 위탁관리비 부담이 가능한 분으로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이번에 낙찰된 79두 중 최근 2년 내에 마주가 된 구매자의 낙찰두수는 14두로 약 17.7%를 차지하고 있고, 그 중 11두는 올해 등록한 신규마주의 몫이었다. 보통 신규 마주들은 2세마 시장을 먼저 공략함을 감안할 때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롭게 재편된 씨수말시장, 생산시장에서의 암말 비중 더욱 높아져
지난 10월 경매의 최고가마는 콩코드포인트의 자마였고, 11월 경매에서는 카우보이칼의 자마가 최고가로 낙찰됐다. 메니피의 마지막 자마들이 경매장에 선보였기에 최고가마의 자리는 으레 그렇듯 메니피 자마의 몫일 것이라는 예측이 무너진 것이다. 특히 11월 경매에서 38번경매마가 1억 6,200만원으로 낙찰된 직후 메니피와 스마티코타의 자마가 39번으로 연달아 상장되었는데, 참가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메니피자마는 예가 1억 5천만원을 밑도는 1억 1,500만원에서 더 이상 호가가 나오지 않고 유찰되었다. 이미 지난해 한센에게 리딩사이어 자리를 내준 메니피에게 더 이상 ‘믿고보는 메니피’란 없다는 것이 구매자들의 발빠른 선택인 셈이다.
오히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데뷔씨수말 1,2년차 리딩사이어를 지키고 있는 카우보이칼이나 대상경주 우승마를 배출한 콩코드포인트, 지롤라모, 위드디스팅션 등의 신규 씨수말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어 생산시장의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또한 단지 씨수말의 명성에 기대지 않고 모마의 유전력, 패밀리라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 혈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경매시장을 보다 투명하게, 이제는 경주마구매도 정보력이 우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경주마에이전시 마루트(대표 김호)의 강준구이사는 “구매자들의 반응이 생산자들의 기대보다 더욱 예민해졌다. 이제는 말에 대한 전문가 수준에 올라선 마주들과 구매자들이 많아져서, 그만큼 경주마에 대한 정보갈증도 크다. 특히 성장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마루트 사이트를 찾는 분이 많아졌고, 혈통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마루트의 정보가 좀더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듯 하다. 지금까지는 없던 분야를 개척자의 마인드로 닦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통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거래시장이 투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현명해진 구매자들의 요구에 새삼 놀라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편, 예정되었던 올해의 경매는 모두 마감이 된 상황이지만 추후 이벤트성 경매개최여부를 타진 중이라 과연 열리게 될지, 또 어떤 말들이 상장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말산업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는 경매의 활황세가 경마정상화를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