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아름다운 나비” 이준철 조교사 서울 48조 개업
이준철 기수가 23년간의 기수생활을 마감하고 2021년 7월 1일부터 조교사로 변신했다. 1999년 9월 기수로 데뷔한 이후 3067전 263승 승률 8.6% 복승률 17.8%를 기록했던 그는 이미 7년전 조교사면허를 취득해 꾸준히 조교사 타이틀을 향해 정진해왔다. 한국마사회가 지난해부터 조교사 면허소지자 개업 순번제를 도입해 개업 불확실성의 형평성을 제고하면서 이준철 기수가 우선 순위를 부여받게 되었다.
“6전 7기다. 그동안의 마음고생? 말해뭐하겠나. 그러나 6년동안 쌓아왔던 노력은 분명 헛되지 않았다. 덕분에 신규개업임에도 이미 마방도 다 찬 상태이고 오히려 더 맡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물론 나만의 노력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또한 그간의 기다림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행운이지 않겠는가. 김대근 조교사님의 은퇴 이전에 마방대부를 받았다면 꿈도 못꿀일이었기에 지금은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신규 개업 조교사로 선발되면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서울경마장 마방 24칸을 부여받고 활동하게 된다. 이조교사는 기존 48조 마방의 자원을 그대로 이전받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은 매우 드문 경우로, 오히려 기존의 잘뛰던 말들 중 일부를 정리해야해서 난처했다고 한다. 또한 신인조교사로서 직접 고른 신마들에 대한 기대치 또한 높은 상황이라 마필수급 및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무리 소속조에서 오랜 기간 함께 했다고 해도 마방식구들, 관리사들과 마주들까지 모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이 또한 이준철 조교사의 또 하나의 능력인 것이 아닐까 싶다.
“처음 조교사를 생각한 계기도 김대근 조교사였다. 체중관리에 애먹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보이셨나보다. 혼자 해외에서 직접 말을 구입해와서 관리하고 기승해보면서 고민할 기회도 주셨고, 다행히 그 말들이 성적이 괜찮아서였는지 이후에도 기회가 닿을때마다 말구매시 대동할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마주님들에게 크게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김대근 조교사님께 늘 고맙고, 미덥지 못하셨을 텐데도 통 크게 믿어주시는 우리 마주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마방식구들에게는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클 뿐이다. 워낙 오랜 관계가 일궈낸 신뢰때문이지 결코 내 능력은 아니다.(웃음)”
반백년 역사를 품은 48조를 계승하다 보니 이준철 조교사의 첫 번째 목표는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이라고 한다. 한국 최초의 삼관마 ‘제이에스홀드’를 배출한 마방이고, 수영훈련에 특히 강한 모습, 악벽이 없는 말들, 유달리 승인장구에 인색한 마방 등등 색깔도 분명한 마방이었기에 이준철 식의 48조의 색깔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우리집에 오는 말들은 육성심사를 거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경마장 입사하면 다시 또 해야한다는 인식이 요즘은 많이 사라졌다지만 시간절약차원에서라도 처음부터 우리집에서 관리하는 것이 편했다. 그래서 악벽마가 오히려 없었다고 봐도 된다. 그 시스템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발전하고 있는 훈련기법 등의 도입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이미 시험해보면서 성과를 내고 있었던만큼 향후에는 훈련패턴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것이다. 예전에는 조교사님이 장구착용을 싫어하셔서 기피했었지만 훈련시 필요하다면 제한적으로 착용을 검토하고도 있고, 수영훈련을 대신할 트레드밀 등의 훈련법도 계획 중이다.
우리집에 들어온 모든 말은 건강하게 악벽없이 성적을 낼 것이다. 전천후형 마방. 이것이 내가 꿈꾸는 48조의 색깔이다.”
6년간 번데기의 긴 변태를 거쳐 드디어 화려한 날개를 펼친다. 이준철 조교사가 이제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기를 응원한다.